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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잘 자요 Gute Nacht <겨울 나그네> Winterreise - Schubert 가사번역

by 라미레미 2023. 10. 28.

 

Franz Schubert(오스트리아, 1797~1828)

Willhelm Müller (독일, 1794~1827)

 

 

Fremd bin ich eingezogen,

Fremd zieh' ich wieder aus.

Der Mai war mir gewogen

Mit manchem Blumenstrauß.

Das Mädchen sprach von Liebe,

Die Mutter gar von Eh', -

Nun ist die Welt so trübe,

Der Weg gehüllt in Schnee.

 

이방인으로 와서

이방인으로 떠나네.

오월은 내게 다정했고

수많은 꽃다발과 함께였지.

아가씨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 어머니는 심지어 ‘결-’자를 입밖에 내었지만,

지금 세상은 온통 흐리고

길은 눈 속에 파묻혔네.

 

 

Ich kann zu meiner Reisen

Nicht wählen mit der Zeit,

Muß selbst den Weg mir weisen

In dieser Dunkelheit.

Es zieht ein Mondenschatten

Als mein Gefährte mit,

Und auf den weißen Matten

Such' ich des Wildes Tritt.

 

길 떠날 시간을

내가 택할 수 없으니,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네

이 암흑 속에서.

달그림자만이 길동무가 되어

나를 이끌고,

하얗게 칠해진 들판 위에 난

들짐승의 발자국을 좇네.

 

 

Was soll ich länger weilen,

Daß man mich trieb hinaus ?

Laß irre Hunde heulen

Vor ihres Herren Haus;

Die Liebe liebt das Wandern -

Gott hat sie so gemacht -

Von einem zu dem andern.

Fein Liebchen, gute Nacht !

 

더 머무를 이유가 있나?

사람들이 날 나가라 내모는데.

미친듯 짖어대는 개들을 내두어라,

자기네 주인을 위해 그러는 것이니.

사랑은 떠돌기를 좋아할 뿐,

신이 그렇게 만들었으니,

여기서 저기로.

사랑스러운 사람, 잘 자요!

 

 

Will dich im Traum nicht stören,

Wär schad' um deine Ruh'.

Sollst meinen Tritt nicht hören -

Sacht, sacht die Türe zu !

Schreib im Vorübergehen

Ans Tor dir: Gute Nacht,

Damit du mögest sehen,

An dich hab' ich gedacht.

 

꿈 속에 있는 당신을 깨우지 않으려네,

당신의 평안을 위해.

발걸음도 조심스레 안 들리게

조용히, 조용히 문을 닫네!

지나치며 문에 쓰네, 그대에게

잘 자요,

어쩌면 당신이 알 수 있게,

내가 당신을 생각했다는 것을.

 

 

라미레미 번역

 

 

슈베르트가 뮐러의 연작시 겨울 나그네 Die Winterreise에 곡을 붙인 연가곡 겨울 나그네 중의 첫곡, Gute Nacht입니다.

 

이안 보스트리지 때문에 이 곡이 좋아져서 공부를 했습니다. 음역대가 낮기도 하고 너무 처절해서 여자가 부르기엔 좀 그렇지 않나 싶지만 메조나 알토는 가끔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Gute Nacht가 제목부터가 참 쉽지가 않습니다. Gute Nacht는 영어로 Good night과 비슷한, 잘 자요 혹은 좋은 밤 되세요 정도의 인삿말입니다. 화자는 이 말을 문자 그대로 잘 자라는 인삿말로 쓰는게 아니라 이별의 인사로 쓰고 있어서, ‘잘 자요’ 라고 해야할지 ‘안녕히’ 라고 해야할 지를 많이 고민했는데요, 독일어 선생님과의 긴 토론 끝에 결국 ‘안녕히’가 아닌 ‘잘 자요’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화자가 이별의 말로 Gute Nacht를 쓰고 있지만, 이별의 말로 어울리지 않게 가벼운 이 단어로 이별의 말을 대신한 부분까지 번역하기 위해서, ‘잘 자요’가 되었습니다.

 

<슈베르트 세 개의 연가곡>(나성인 2019, 한길사)에서는 ‘잘 있어’라고 번역했는데 그것도 밤에 하는 인사의 액면 그대로의 느낌과 이별의 언어의 의미를 절충한, 괜찮은 느낌입니다. ‘안녕히’처럼 겉과 속이 모두 이별의 언어인 것보다는 훨씬 ‘일상적인’ 언어의 느낌과 ‘영원한’ 이별이 반어적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밤인사’라는 번역은 안 좋아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해버리고, 화자가 선택한 단어의 표면의 의미가 그의 가슴 아픈 본뜻과 어울리지 않고 삐걱거리는 느낌은 전혀 번역해 주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것이 좋은 번역인데요. 물론 보여줬는데 못 알아볼 위험이란게 있어서 참 어려울 때가 있지만요.

 

남자가 한밤중에 여자의 집을 떠나며 부르는 노래인데 뮐러의 시에도 부연설명은 없습니다. 우리가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남자는 방랑하는 직인이 아니었을까, 마스터의 딸과 연애를 했지만 사랑이 결실을 얻으려면 결혼하여 정착을 해야하는데 아직 정착할 능력이 안 되는 -더 돌아다니며 여러 장인에게 배워 실력을갖춰야하는데 정착이라니... 우물쭈물하는 남자가 못 미더워서, 미래의 장인장모는 더 든든한 사윗감을 고른게 아니었을까, 혹시나 그 신랑감은 제빵사가 아니었을까, 프란츠 슈베르트의 첫사랑 테레제를 채간 제빵사와 같은.

 

<슈베르트 세 개의 연가곡>(나성인 2019,한길사)에 나온, 겨울 나그네보다 앞서 쓴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의 설명을 보면 위와 같은 추정이 가능합니다. 물레방앗간의 아가씨를 채가는 라이벌이 사냥꾼이긴 합니다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사랑과 직업을 모두 얻을 수 없는 불안정한 처지의 젊은이는 결국 실패하고, 방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방랑자가 혼자서 펼치는 모놀로그가 겨울 나그네가 되는 수순입니다.

 

제가 이 노래를 공부하느라 참고한 책이 <슈베르트 세 개의 연가곡>(나성인 2019, 한길사)과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이안 보스트리지, 바다출판사)인데, 두 책에 공통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혼인허가법’입니다. 1815년부터 모든 시민 계급의 남자들은 결혼허가를 받기 위해 자신이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된다는 증명을 해야만 했습니다. 예술가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주문이죠. 슈베르트도 그래서 한 자리 얻으려 애를 써보기도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부르주아계층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포함될 것인가 아니면 사랑을 얻지 못 하고 하고 싶은 예술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갈 것인가가 그 당시 젊은이들에겐 고통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슈베르트도 결국 자유로이 떠도는 보헤미안의 삶을 선택했는데요, 오늘날 N포 세대에게도 많이 공감되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은 겨울 나그네의 방랑자도 경쟁자에게 밀려난 것인지, 혹은 대결의 기미가 보이자 스스로 물러난 것인지, 혹은 사랑과 직업이 양립될 수 없는 처지에서 방랑을 선택한 것인지가 확실치는 않습니다. 실은 아예 바람둥이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요. 3절에서 사랑은 떠돌기를 좋아한다고 한 말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위한 것인지, 아가씨의 변심을 비꼬는 것인지가 확실치가 않습니다.

 

저는 화자가 라이벌에게 밀려나자 스스로의 상처를 감추고 사라지는 쪽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상처를 감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척하지만 자기는 하찮은 사람인양 사라져주겠다고는 하지만, 마지막줄의 ‘내가 당신을 생각했다는 것을 당신이 알 수 있게’라는 대목에서는 아가씨를 향해 쏘는 화살이 느껴집니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조차 삼간다, 너를 위해서, 왜냐면? 사랑하니까... 그런 것이죠. 정말 파고 더 팔수록 재미납니다.

 

저는 이안 보스트리지님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너무나 목소리도 아름답고 감미롭지만, 깊게 파고 들어가는 해석과 슈베르트 연가곡집에 대한 더없는 애착, 화자인 젊은이와 100% 싱크로율을 보이는 리얼한 매력까지…

 

 

Ian Bostridge(영국, 1964 ~ ) Gute Nacht

https://www.youtube.com/watch?v=ULqCWw6mB_s&a

 

 

겨울 나그네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뮤직비디오입니다. 보스트리지님이 젊은 시절의 것인데 참 어울리네요. 진정 겨울 나그네 찐덕후다운…

 

 

Ian Bostridge Gute Nacht

 

 

 

겨울 나그네 전곡 공연입니다. 저도 내한 공연 갔었습니다~.^

 

 

Ian Bostridge Schubert: 'Winterreise'

 

 

 

Thomas Quasthoff(독일, 1959~) Gute Nacht

 

 

 

Joyce DiDonato(미국, 1969~ ) Gute Nac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