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onio Lucio Vivaldi(이탈리아, 1678~1741)
Nulla in mundo pax sincera
sine felle; pura et vera,
dulcis Jesu, est in te.
Inter poenas et tormenta
vivit anima contenta
casti amoris sola spe.
세상에 참평화 없어라,
고통 없이는. 순수하고 참된,
달콤한 예수 당신 안에 있네.
형벌과 고통 중에도
충만한 영혼이 살아있네,
순결한 사랑이 유일한 희망이라.
라미레미 번역
비발디의 모테트 Nulla in mundo pax sincera(이 세상에 참평화 없네) 중의 전반부 아리아입니다. 영화 <샤인>에서 나와 유명해졌는데요, 저는 영화를 정말 감명깊게 보았고 노래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그 후에는 그냥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성악을 배우기 시작한 후 조수미님에 빠져서 전집을 사들인 이후 이 노래에 꽂혀서 열심히 듣고 공부하다가… 드디어 엠마 커크비님을 영접하게 된 것입니다! ‘천상의 소리’라는 수식어가 조금의 어긋남도 식상함도 없이 그대로 들어맞는, 그대로 빛으로 이루어진것만 같은, 공간을 채우는 신성함 그 자체인것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에 빠져서, 그후로 주욱 그 안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엠마 커크비님은 영국 태생으로 고음악을 주로 하십니다. 바로크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음악, 교회음악의 절대자이시죠. 엄청 훌륭한 레파토리가 많이 있습니다만, 이 Nulla in mundo와 모차르트의 Ruhe sanft가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별들 중의 북극성 같은 고고한 명성을 떨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거의 신성시합니다.
엠마 커크비님의 음색은 특이합니다. 거의 보이소프라노 같은 맑고 깨끗한 느낌이 어떻게 성인 소프라노에게서 나는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었는데, 요즘 들은 얘기로는 비브라토가 없는 창법이 깨끗한 목소리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물론 논비브라토라고 무조건 깨끗하지는 않을것이고 깨끗하게 내어주는 테크닉이 중요하겠죠.) 그 맑고 깨끗한 소리가 우리의 마음도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저 무한한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Nulla in mundo를 처음 알았을 때는 왜 노래 제목이 비관적인데 노래는 밝고 맑을까,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가사를 공부하면서야 그 깊은 뜻을 알게 되었네요. 그냥 참평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 담금질된, 한 인간의 깊은 용기와 헌신, 도약 없이는 참평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평화라는 것은 한줌 걱정거리, 한낱 비난만으로도 깨지고 맙니다. 그것은 참평화가 아니며 우리가 추구해야할 평화도 아닙니다.
예수님의 평화는 고통 중에서도 잃지 않는 우리 속의 본체! 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 본체와 합일된 상태를 요가에선 사마디(삼매)라고 하며, 혹자는 제로의 상태, 라고도 부릅니다. 이 노래에선 ‘충만한 영혼’(anima contenta)라고 표현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 한 분만의 경지가 아니라 기독교 신자들만이 뒤따르려고 하는 평화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상 수많은 수행자들이 얻으려했고, 얻었던, 무아의 경지입니다. 그래서 예수가 당신 안에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평화를 얻고 싶지만 쉽사리 깨어지고 마는 범인의 보잘것없는 시도이지만, 우선 이 노래를 듣습니다. 한 순간의 평화라도 소중합니다. 그리고 새벽에 깨어 어둠 속에서 명상을 해봅니다. 내가 완전히 녹아없어진 고요한 기쁨의 상태에 갈 날은 요원하더라도, 지금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도록,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홀로 정진할 날을 기다리며 맑은 마음과 굳건한 발걸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루치의 힘을 내어봅니다.
제 생각에 음악을 듣는 것은, 그리고 연주하고 노래부르는 것은 범인들이 무아의 경지에 가장 손쉽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내 안의 평화를 키우는 의무입니다.
한 해의 아침인 새해 첫날을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Emma Kirkby
https://www.youtube.com/watch?v=1qBLaUXsIdg&a
Sandrine Piau
Emma Kirkby 1998
조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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