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zo Bellini(1801~1835)
Carlo Pepoli(1796~1881)
Ah! sì.
아! 네.
Son vergin vezzosa in vesta di sposa;
son bianca ed umile qual giglio d'april,
ho chiome odorose cui cinser tue rose,
ho il seno gentile del tuo monil.
나는 사랑스러운 처녀, 신부의 옷을 입었지요.
하얗고 다소곳해요, 4월의 백합처럼,
향기로운 머리를 늘어뜨렸지요, 당신의 장미를 닮은.
당신의 우아한 가슴에 걸린 목걸이의 장미.
Qual mattutina stella
bella voglio brillar;
del crin le moli anella
mi giova ad aggraziar
마치 새벽의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싶어서,
매끄렇게 땋은 머리칼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A illeggiadrir mia prova
deh, non aver a vil
il velo in foggia nova
sul capo tuo gentil!
머리를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아, 걱정마세요!
최신 유행의 베일을
당신의 부드러운 머리에!
O bella, ti celo
le anella del crin,
com'io nel bel velo
mi voglio celar.
오 아름다운 분, 당신을 숨길게요,
머리에 베일을 씌울게요.
마치 내가 아름다운 베일 속에
있는 것처럼 숨기고 싶어요.
Ascosa, o vezzosa,
nel velo divin,
or sembri la sposa
che vassi all'altar.
성스러운 베일 안의,
제단으로 향하는,
눈부시게 빛나는
신부 같이 보여요.
Ah! Se il padre s'adira...
io volo a mia stanza.
아! 아버지가 부르시면
저는 얼른 방으로 달려가요.
Ma poscia, o fedel,
tu posami il vel!
아, 이따가, 믿음직한 분,
제게 베일을 얹어주세요!
라미레미 번역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 중 나는 사랑스러운 처녀 Son vergin vezzosa입니다. 여주인공 엘비라가 결혼식날 기쁨에 넘쳐서 자기의 신부 베일을 처음 본 귀부인에게 잠시 맡아달라고 하는 장면입니다.
엘비라는 전혀 알아채지 못하지만 그 귀부인은 다름 아닌 처형된 찰스 1세의 과부, 폐위된 왕비였습니다. 네, 이 오페라의 시대배경은 찰스 1세와 왕당파들, 그리고 왕의 목을 자른 크롬웰과 청교도들이 전쟁을 벌이던 청교도 혁명기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엘비라는 청교도인 발톤경의 딸인데, 신랑인 아르투로는 왕당파라는 것이죠. 자기딸이 좋다고 하니 왕당파 기사와 결혼을 허락해준 발톤경도 참 대단한 양반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카딸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조르조도 그렇고, 엘비라를 아르투로에게 빼앗기고도 여전히 엘비라 걱정에 같이 노심초사하는 리카르도도 그렇고 남자들이 모두 신사적입니다. 그래서 줄거리가 싱거운 건지도 모르죠…
아무튼 아버지 발톤경은 잘 안 나오고 삼촌인 조르조와 리카르도가 주로 나오는데, 조르조는 베이스, 리카르도는 바리톤입니다. 저는 오페라에서 베이스가 나오시면 보통 감동을 받는데 왜냐면 이상하게도 베이스는 대개 키도 크고 늘씬하신 미중년 분들이 많더라구요. 바리톤은 늘씬한 분도 있고 풍채가 너무 좋은 분도 있고 한데요.
그래서 문제의 테너 아르투로는 지금이 아무리 청교도의 세상이래도, 자기가 충성을 맹세했던 왕의 왕비가 곤경에 처한 것이 견딜 수가 없어서, 그만 엘비라가 마침 씌워주고 간 베일을 이용해 자기가 신부와 함께 성을 떠나는 것처럼 꾸며서 왕비와 함께 성을 탈출합니다.
그리고 혼례날 자기 신랑이 ‘신부와 함께’ 도망갔다는 충격에 엘비라는 그만 정신줄을 놔버리죠. 정신이 완전히 가버리는 건 아니고 제 정신으로 가끔 돌아오기도 하고 살짝 가기도 하는 약간 애매한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아르투로가 사면을 받고 무사히 결혼을 하게 되자 다행히 완전히 제 정신으로 돌아옵니다. 이건 좀 그 시절에 유행한 ‘미쳐버린 여주인공의 광란의 장면’을 위한 조금 작위적인 연출로 보이긴 합니다.
멘탈이 센 여성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신랑을 옹호하면서 사면을 청원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멘탈이 보통인 여성이라면 죽어버린 왕에게 충성하느라 내 결혼식을 망치고서 날 버리고 가다니! 분노에 신랑을 죽여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저처럼 멘탈이 보통보다 좀 약한 사람이라면 사랑이 뭔지, 정치는 뭔지, 대단히 깊은 환멸을 느껴서 아마도 무너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유럽여행을 일이년 보내달라고 자상한 아버지에게 요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엘비라는 멘탈이 많이 약했던 것 같네요.
플로레즈와 니노 마차이제의 공연이 저는 제일 좋네요. 시커먼 의상과 무대가 좀 아쉽기는 하지만 주연과 다른 주요 배역들이 다 노래를 아주 잘합니다. 두 주연 배우도 젊고 아름답고요. 조르조와 리카르도 콤비도 두 분 다 키도 크고 훤칠하십니다.
플로레즈가 다른 소프라노 Mariola Cantarero와 공연한 영상도 있는데 그건 디비디가 없네요. 제 뇌피셜이지만 아마도 소프라노의 몸매가 일반적인 소프라노 기준으로는 지극히 일반적이나 플로레즈가 일반적인 테너의 기준과 매우 다른, 젊고 날씬한 분이다 보니 투샷만 잡으면 뭔가 어울리지가 않아서 안 나온게 아닐까… 합니다. (여주 원샷은 정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요즘 오페라는 정말이지 젊고 날씬하고 노래도 연기도 다 잘 하는 분들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이 버전은 의상도 화려하고 카라도 예쁜 편이라 좀 아쉬워요.
네.. 제가 이 시대 의상은 남성복 카라에 굉장히 집착하는 편인데 사실 카라는 안나 넵트렙코의 <청교도>가 최고죠. 여주도 예쁘고 남자분들 카라도 딱 제 취향이고 반짝이는 화려함이 마음에 드는 무대인데, 안타깝게도 넵트렙코의 무거운 목소리가 날렵하게 움직이지를 못 하고 둔하고, 또 잊을만 하면 음정이 떨어져서 좀 별로입니다.
Nino Machaidze
https://www.youtube.com/watch?v=slpCBrpu4kg&a
신영옥
https://www.youtube.com/watch?v=Zm9G0318cPw&a
마리엘라 데비아의 영상은 우연히 발견했는데, 1990년것이라 영상이 좀 후달리지만, 젊은 시절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와 끝내주는 기교가 엄~청납니다.
MARIELLA DEVIA Roma 1990
https://www.youtube.com/watch?v=qMN0_Rdva2s&a
조수미 Son Vergin Vezzosa
https://www.youtube.com/watch?v=xg0T31R-nTE&a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님의 A te o cara는 여자가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서 제가 공부한 적도 없고 할 일도 없겠지만 차마 지나칠 수가 없어서 잠깐 듣고 가겠습니다.
Juan Diego Florez & Mariola Cantarero "A te o cara" I Puritani
https://www.youtube.com/watch?v=Zvqfdznb4pk&a
Juan Diego Florez & Nino Machaidze - I Puritani - A Te, O Cara
https://www.youtube.com/watch?v=MaLJXYQ1jx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