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etano Donizetti(1797~1848)
Salvadore Cammarano(1801~1852)
Il dolce suono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ll dolce suono mi colpi di sua voce!
Ah, quella voce m'e qui nel cor discesa!
Edgardo! io ti son resa, Edgardo, mio!
Fuggita io son de tuoi nemici.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를 울리네!
아, 그 목소리가 내 가슴에 내려앉았네!
에드가르도! 난 당신 것이에요, 나의 에드가르도!
당신의 적들에게서 도망쳐 왔어요.
Un gelo me serpeggia nel sen!
Trema ogni fibra! …
Vacilla il pie! …
Presso la fonte
meco t'assidi al quanto! …
얼음 조각이 가슴 속을 기어다녀요!
모든 혈관이 부르르 떨려요! …
발이 휘청거려요! …
분수 옆에서
잠시 같이 앉아요! …
Ohime, sorge il tremendo fantasma
e ne separa!
Ohime, Ohime, Edgardo! Edgardo!
il fantasma, il fantasma, e ne separa!
아아, 무시무시한 유령이 나타나
우리들을 떼어놓아요!
아아, 아아, 에드가르도! 에드가르도!
유령이, 유령이, 우리를 떼어놓아요!
Qui ricovriamo, Edgardo,
a pie dell'ara…
여기서 잠시 쉬어요, 에드가르도,
제단 발치에서…
Sparsa e di rose!
Un armonia celeste, di, non ascolti?
Ah, l'inno suona di nozze!
Il rito per noi s'appresta!
장미가 장식되어있네!
천상의 하모니가 들려오네요, 안 들리나요?
아, 혼례의 찬가에요!
우리를 위한 예식을 준비하고 있어요.
Oh, me felice!
Edgardo! Edgardo!
Oh gioia che si sente, e non si dice!
아, 행복해요!
에드가르도! 에드가르도!
맛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이 기쁨!
Ardon gl'incensi!
Splendon le sacre faci, splendon intorno!
Ecco il ministro!
Porgime la destra!
Oh lieto giorno!
향이 타오르고! …
주위엔 신성한 횃불이 밝게 타오르네!
봐요, 사제가 계시네!
오른 손을 내밀고!
오 기쁜 날!
Al fin son tua, al fin sei mia,
A me ti dona un Dio…
Ogni piacer piu grato,
Mi fia con te diviso
드디어 나는 당신의 것이, 당신은 나의 것이 되네!
신께서 나에게 당신을 주시는거죠…
모든 기쁨들이 더 감사해요,
당신과 함께 나누니까.
Del ciel clemente un riso
La vita a noi sara.
자비로운 하늘이 미소를 보내고
우리의 삶을 축복하세요.
(엔리코가 들어온다)
Che chiedi?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Me misera!
비참해!
Non mi guardar si fiero ...
Segnai quel foglio è vero ...
Si, si, si, è vero!
그렇게 잔인하게 날 쳐다보지 말아요…
난 종이에 서명했어요, 정말로.
네, 네, 정말로!
Nel ira sua terribile
Calpesta, oh Dio! l'anello!
Mi maledice! ... Ah! vittima
Fui d'un crudel fratello;
그가 무섭게 노여워하며
짓밟아요, 반지를! 오 신이시여!
나를 비난하고! … 아! 난 희생된거야
잔인한 오빠 때문에.
Ma ognor t' amai
Ma ognor Edgardo... Io giuro ...
하지만 언제나 난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언제나, 에드가르도… 맹세해요…
Chi mi nomasti? Arturo!
Tu nomasti Arturo!
나를 뭐라고 했어요? 아르투로!
아르투로라고 했어요!
Ah! non fuggir…
Ah, per pieta non fuggir…
Ah perdon! Ah perdon! ...
Ah! non fuggir, Edgardo.
아! 도망가지 말아요…
아, 제발 도망가지 말아요…
아 제발! 아 제발!
아! 도망가지 말아요, 에드가르도.
Spargi d’amaro pianto
Spargi d’amaro pianto
Il mio terrestre velo,
Mentre lassù nel cielo
Io pregherò per te ...
쓰디쓴 눈물을 뿌려요,
땅위의 내 베일 위에,
그동안 나는 저 위 하늘에서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Al giunger tuo soltanto
Fia bello il ciel per me!
다만 당신만 이곳으로 온다면
하늘나라는 내게 더없이 아름다울 텐데!
라미레미 번역
19세기 벨칸토 시절 유행했던 매드씬 중에서도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루치아의 아리아, Il dolce suono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입니다.
루치아는 원수 가문의 에드가르도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오빠 엔리코는 루치아를 유력한 가문의 아르투로와 결혼시키려고 가짜 편지를 동원해서 에드가르도가 너를 배신했다, 그런데 네가 아르투로와 결혼하지 않으면 나는 세력을 잃고 죽을 수도 있다, 그런식으로 속임수와 협박을 동원해서 결혼승락을 받습니다. 그런데, 혼례 당일 막 신랑신부가 서약서를 썼는데 에드가르도가 나타나, 자기를 배반한 여자에게 저주를 퍼붓고 반지를 던지고 갑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떠밀려 신방에 들어간 루치아는 신랑을 칼로 찔러 죽여버리고, 피로연장에 나타나 광란의 아리아를 부르고 실신합니다. 그후 루치아는 죽고, 에드가르도는 뒤늦게 루치아의 죽음을 알고 후회하며 자결을 합니다.
정말 오페라들 너무하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오페라는 스코틀랜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한 월터 스콧의 소설 <래머무어의 신부>The Bride of Lammermoor를 각색한 것입니다. 원래는 여주인공에게 결혼을 강요한 사람이 어머니였는데, 극에서는 오빠로 바뀌었습니다.
그 시절의 여성들에게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즉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살 권리도 없었던 거죠. 게다가, 완전히 강요에 의해 결혼을 하게 된거라면 ‘난 잘못이 없다!’고 변명이라도 할텐데, 애인을 믿지 못하고 얄팍한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것, 버림받고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으로 오빠에게 떠밀려서지만 결혼을 승낙했다는 것에서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 스스로 죽어버리고 싶은 환멸과 분노가 그 여자를 미치게 만들어버렸을 것 같습니다. 자기를 속인 놈들에 대한 분노는 물론이지만.
(양심이 없는 사람들은 99% 자기 책임이어도 엉뚱한 남의 탓을 하며 뻔뻔하게 잘만 사는데, 양심이 너무 발달한 사람들은 1%의 책임에 괴로와하다가 죽기도 하고 미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에 자기가 사랑하는 에드가르도와 결혼식을 올린다고 착각하고, 환상과 현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환상에서 빠져나오고 않으려고 버티다가 미쳐버리고 마는거죠.
그 시절 오페라에는 여주가 미쳐서 광란의 장면을 연출하는게 유행이었는데요, 네, 여자만 미치는게 이유가 있지요. 남자는 보통 미치지 않고 그냥 칼로 찔러죽이거나, 혹은 남을 미치게 만드는 쪽이지요. 여자는 자기의 의사대로 자기 삶을 사는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용납할 수 없는 침해를 받기 때문에, 너무나 상반된 많은 요구를 받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위해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비난받고, 따라서 자신을 위한 결정을 할 힘이 남아나질 않고 소진되어버리기 때문에, 붕괴되고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특히나 심각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래도 옛날보다는 나아졌습니다. 예전보다는 자유가 많이 확보되었기도 하고, 또 미리 우울증 약을 먹습니다.
저는 처음에 광란의 장면을 봤을 때는 여자가 그토록 두려워하는게 뭔지를 알 수 없어서-군중과 남성 조연들의 반응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없어서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모두 여주를 동정하고 가엾어하더군요. 그러나 여주는 그 속에서 아주 외롭습니다. 자기 소망만을 동무 삼아 다리를 건넙니다. 아무도 여주를 나무라지 않고, 비웃지도 않고, 해치려고도 않는데도. 백년 전 여성의 것인데, 그 고통과 고독을 알 것 같다는게, 참 슬프네요.
지극히 아름다운 멜로디와 지극히 혼란스럽고 짓눌리는 상황이 극과 극으로 치달으며 기묘한 감동을 주는 장면입니다.
나탈리 드세의 연주는 정말이지 신들린듯도 아니고, 신 자체인 전율이 넘치는 명면입니다. 원래 연극을 하다가 성악을 전공하게 되었다는데요, 최고 높은 G6까지 막 올라가는 고음역에 막강한 테크닉만 해도 넘사벽인데 아무도 못 따라가는 연기까지..ㅜㅜ 정말 오페라 가수 그 자체!이신 분입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은퇴를 하셨죠. 목소리가 가볍고 얇은 소프라노들은 목이 일찍 쇠퇴한다고들 하지만, 나탈리 드세는 그 중에서도 너무 빨랐습니다ㅜ 수많은 공연으로 너무 성대를 혹사시켜서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성악 공연은 안 하고 샹송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연주하고 계신걸로 아는데요, 참 너무 아쉽습니다.
Natalie DESSAY 2011
https://www.youtube.com/watch?v=C1LC6BRJQiQ
두번째 영상은 나탈리 드세의 아성에 도전하는 리세트 오로페사입니다. 여주인공이 완전히 피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등장하는 어마어마한 연출입니다. 원래 이 장면은 줄거리상 이미 신랑을 죽인 다음 루치아가 등장하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이미 살해된 신랑의 시신이 한구석에 앉아있는 으스스한 연출이네요. 요즘 오페라 연출이 워낙에 자극적이고 혁신적이긴 하지만 좀… 무섭긴 합니다. 요즘 성악가, 극한직업입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 여주의 심리를 노래하는게 아니라 그대로 여주 자체가 되어버린, 무시무시한 몰입입니다. 장면의 참혹함에 치를 떨면서도 너무나 무참하고 애처로와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연출이며, 연기입니다.
흔히 쓰이는 플룻 대신에 초연에서처럼 글래스하모니카가 소프라노와 합을 맞춥니다. 더없이 깨어질듯 연약하면서도 맑고 투명한 이면의 혼란스러움과 모호함 속으로 우리를 빠트리는 글래스하모니카의 음색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균열하는 루치아의 내면에 소름끼치게 어울리고 있습니다.
Lisette Oropesa 2018
https://www.youtube.com/watch?v=hUj7K794VXg
조수미 1997
https://www.youtube.com/watch?v=J3BO89mRhck&a
신영옥 “Il Dolce Suono” 1995
https://www.youtube.com/watch?v=xluYkml38FM&a
Maria Callas 1955
https://www.youtube.com/watch?v=PiEa0EtjF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