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결한 여신 Casta Diva <노르마> NORMA - Bellini 가사번역

 

Vincenzo Bellini(1801~1835)
Felice Romani (1788~1865)
 
 
Casta Diva, che inargenti
Queste sacre antiche piante,
A noi volgi il bel sembiante
Senza nube e senza vel...
 
정결한 여신이여,
이 신성한 고목을 은빛으로 물들이시네,
그 아름다운 얼굴을 이리 돌리소서
구름도 베일도 없이
 
 
Tempra, o Diva,
Tempra tu de' cori ardenti
Tempra ancora lo zelo audace,
Spargi in terra quella pace
Che regnar tu fai nel ciel.
 
불에 달구시네, 오 여신이여
불타는 마음을 달구시네
그 용감한 열정을 다시 달구시어,
이 평화를 땅 위에 뿌려주소서
하늘에 군림하셨듯이
 
 
라미레미 번역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중 1막의 노르마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입니다.
 
오페라 <노르마>는 정말이지 흥미롭습니다. 보통 진지한 오페라들은 선남선녀, 즉 잘 생긴 미혼 남녀들이 주인공인데, 노르마는 애가 둘이나 딸린, 사랑이 변할 만큼 변할 충분한 시간이 흐른 커플입니다. 남자쪽이 이미 사랑이 식어서 다른 여자를 좋아하면서 극이 시작됩니다. 철모르는 어린애들이 아닌 인생 좀 아는 커플의 심각한, 그러나 비극입니다.
 
그리고, 노르마가 권력을 가진 사제라는 점도 흥미롭죠. 상대 남자 폴리오네도 로마의 총독이긴 하지만, 노르마의 권력은 자그만치 속세의 군대를 이끄는 백발 성성한 아버지도 딸인 노르마의 계시만 기다리는... 게다가 적군의 장군과 사랑을 나누면서 애를 둘이나 낳아서 아무도 모르게 키웠다는 점도... 정말 간이 큰, 범상치 않는 여자입니다. 보통 오페라의 청순가련형 여성과는 정말이지 은하수만큼이나 멀고 먼 거리가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딱 청순가련형의 여성이 이 극에 한 명 나와주는데, 그 여자는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가장 엄청난 것은 변심한 남자 때문에 열받는다고 전쟁을 소집하는 장면입니다. 아무리 본인의 목숨도 내놨다지만... 정말이지 다른 모든 오페라의 생떼쓰는 남자들의 레벨을 뛰어넘는 엄청난 여자인 것입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 여자는 사랑을 잃고 목숨을 저버리는,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선택을 하며, 그 과정에서 연적이 되는 아달지사와 놀랍게도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면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두 여자가 서로 양보하는 말도 안 되게 고결한 이중창 '보세요, 노르마'(Mira o Norma)와 마지막의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이제 아나...' 하는 노르마와 남주의 장면입니다.
 
보통 오페라의 여자 주인공은 소프라노가, 남자 주인공은 테너가 맡으며 바리톤이나 베이스, 메조소프라노 중에 한명은 그 둘을 훼방놓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인물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오페라는 안 그렇습니다. 문제의 변심한 남주인 테너, 그 사람만이 문제이며 사랑의 연적인 아달지사는 고결하고 순수한 심성으로 노르마를 깊이 신뢰하고 따르는 여자라서, 그리고 노르마 역시 훌륭한 인격의 여자이기 때문에 그 둘은 서로 싸우는게 아니라 서로 양보하며 위로하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상대의 기쁨과 고통과 모든 것을 아는 여자들의 공명을 둘의 이중창 장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Mira o Norma 외에 1막의 Oh rimmembranza!도 정말 기가 막힙니다.
 
그리고 재미나게도 요즘은 보통은 노르마를 소프라노가 아달지사를 메조소프라노가 맡지만 맨처음 초연엔 노르마가 메조소프라노이고 아달지사가 소프라노였다고 합니다. 벨리니가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주디타 파스타를 위해 이 곡을 썼다고 하는데요, 주디타 파스타는 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의 영역을 아우르는 엄청난 콜로라투라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소프라노 둘이서 노르마와 아달지사를 맡는 일도 꽤 있었습니다. 몬세라트 카바예는 재미있게도 젊어서는 (조안 서덜랜드가 노르마일 때) 아달지사를 부르고, 나이 들어서는 노르마를 부릅니다.
 
요즘 바르톨리의 노르마 음반은 옛날처럼 메조소프라노인 바르톨리가 노르마를, 소프라노인 조수미가 아달지사를 맡았는데, 매우 말이 되는 하모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워있고 드라마틱한, 원숙한 노르마 역에는 바르톨리가 딱이고, 청순하고 고결한, 젊은 아달지사의 역에 조수미의 청순가련한 목소리가 그냥 딱입니다.
 
공연 영상은 몬세라트 카바예의 그리스 야외극장 공연이 레전드!입니다. 정말이지 멋진 공연입니다. 몬세라트 카바예도 절대적이지만 테너도 박력있고 훌륭하고, 무대와 합창단, 카메라 워크까지 전체적으로 아주 매끄러운 전개로 지루함을 느낄 새를 안 주는 대단한 영상물입니다. 시작부터 박력있게 서곡을 열며 나오더니 노르마의 '정결한 여신'에서 따악 모아주며 끝나는... 엄청난 공연입니다. 이렇게 박력있는 시작 아직 못 본거 같습니다.
 
제가 오페라를 많이 보진 못 했지만, <청교도> 보고는 벨리니가 그런가부다... 느릿느릿한 전개와 억지스러움들을 참고 그 아름다운 선율만을 선택적으로 들어야하는게 벨리니인줄 알았는데 왠걸, 완전 멋진 전개...! 이것은 (예술성 대중성 모두) 베르디보다 더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심 <노르마>는 그렇습니다. 정말 극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완벽하게 짜여있습니다.
 
정말이지 벨리니가 요절만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노르마보다 더 끝내주는 작품들이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참 아쉽습니다. 작곡가는 오래 살아야 합니다. 베르디처럼!
 
노르마의 지존은 역시 마리아 칼라스이지만, 저도 예전엔 마리아 칼라스의 그 카리스마에 압도되어서 무조건 절대 숭앙을 바쳤었지만, 카바예의 그 사람의 가슴을 막 녹이는 꿈결같은 부드러운 소릿결은 정말이지... 그 부드러움이 강인한 노르마의 카리스마와 결합되었을 때의 아우라는 굉장한 것입니다!
 
 
Montserrat Caballé "Casta Diva" NORMA(Orange-1974)
https://www.youtube.com/watch?v=wvBuCLjByaE
 
 
Maria Callas
 

 
 
Renée Fleming
 

 
 
Cecilia Bartoli
 

 
조수미
 

 
 
조앤 서덜랜드의 연주도 정말 훌륭합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좀 어색한 스타일도 보이지만, 당시 영상물이 급속발전하여 그분의 공연영상들이 남아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Joan Suth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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