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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얼마나 아름다운지! Com'e bello! <루크레치아 보르자> Lucrezia Borgia 가사번역

by 라미레미 2023. 7. 28.

 

Lucrezia Borgia - Munich 2009 전막 공연 (Com'e bello! 18분 ~ 24분)

 

Gaetano Donizetti(1797~1848)
Felice Romani (1788~1865)
 
 
Com'e bello! Quale incanto
In quel volto onesto e altero!
No, giammai leggiadro tanto
Non sel pinse il mio pensiero.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매혹적인지!
이 정직하고 기품있는 얼굴.
지금껏 그 누구도 이토록 아름답게
내 마음을 꿰뚫은 적이 없다.
 
 
L'alma mia di gioia e piena,
Or che alfin lo puo mirar ...
Ma risparmia, o ciel, la pena
Ch'ei debba un di sprezzar.
 
내 영혼이 기쁨으로 가득 차오른다.
이제야 그를 볼 수 있게 되다니!
내 번민을 사하소서, 하늘이여!
일말의 경멸도 받지 않도록!
 
 
Se il destassi? ... No, non oso,
nè scoprire il mio sembiante,
pure il ciglio lagrimoso
terger debbo un solo istante.
 
혹시라도 깨면? … 안 돼, 절대로,
내 모습을 들켜선 안 돼
한 방울 맺힌 눈물도,
닦아야 돼, 단 한 순간도 안돼.
 
 
Mentre geme i cor sommesso,
Mentre piango a te d'appresso,
Dormi e sogna, o dolce oggetto,
Sol di gioia e di diletto.
 
심장이 나즈막히 신음하고 있는 동안,
그의 곁에서 눈물짓고 있는 동안,
고이 잠자고 꿈을 꾸어요, 아름다운 사람,
즐겁고 달콤한 꿈만을.
 
 
Ed un angiol tutelare
Non ti desti che al piacer!
Ah! triste notti e veglie amare
Debbo sola sostener.
 
Gioie sogna, ed un angiol
Non ti desti che al piacer!
 
그리고 당신을 지키는 천사는
오 당신을 즐겁게 하려고 잠깨운답니다!
슬픈 밤, 고통에 지새우는 밤은
나 혼자만의 것.
 
기쁜 꿈을 꾸어요, 천사도 당신을
오로지 즐겁게 하려고 잠깨운답니다!
 
 
라미레미 번역
 
 
Com'e bello(얼마나 아름다운지!)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서 끌리다 보니 <루크레치아 보르자>에 빠졌습니다. 오페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이 많은 그러나 아직은! 아름다운 귀부인이 베네치아로 여행을 갔다가 아름다운 강가에서 천연스레 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 청년의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이 끌립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완벽하게 자신을 사로잡는 이상형을 만나 기뻐하고, 빠져들지만 그가 깨어나 자기를 볼까 두려워하지요. 어쩜 이렇게 나이 먹은 여자들의 마음을 잘 꿰뚫고 있는지! 나이먹은 여자가 주책이다, 라는 소리만큼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것이 (본인 생각엔) 생각보단 괜찮은 나이 먹은 여자의 심정. 이 오페라 왜 한국에 안 들어오나 싶습니다. 중년 여성들에게 매우 인기있을 것 같은데.
 
다행히!도 소프라노가 꿈결 같이 아름다운 아리아를 부른 후 잠에서 깨어난 청년은 귀부인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을 고백합니다. ‘날 놔달라!’고 하면서도 자기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는 기뻐하는... 중년 여인.
 
보통 오페라라고 하면 일단 그 노래 실력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배불뚝이 테너와 역시 나이를 속일 수 없는 소프라노가 등장하여 젊은이들의 역을 하는 것을 좀 아쉽긴 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이 오페라는 다릅니다. 그럴 수가 없는것이, 반드시 잘 생기고 젊은 테너가 나와주어야 잠든 젊은이를 바라보며 나이든 여자가 망상을 갖는 장면을 개연성 있게 연출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이것은 보통의 성역할에서는 보지 못했던, 즉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디타 그루베로바와 파올로 브레슬릭의 2009년 뮌헨 공연 <루크레치아 보르자>는 남주 브레슬릭이 너무나 개연성이 있는, 젊고 잘생기고 반짝이는 금발이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심지어 몸매까지 완벽하신... 미모를 갖추고 있어서(그의 미모를 믿고 연출가가 상체탈의씬을 밀어붙인게 아닐까 싶네요) 진짜 위대한 캐스팅이었습니다. 그루베로바가 좀 많이 나이들어 보이긴 했지만(2009년 공연 당시 62세이셨네요. 브레슬릭은 방년 29세.) 그래도 ‘설정상’ 뭐, 크게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멋진 커플이었습니다.
 
그 설정은 바로… 반전입니다. 귀부인에게 거침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바로 자기의 아들인 것!
 
왜 그가 여자의 가슴을 정통으로 맞춘 이상형이었는지 알만 하지요. 나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분신이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루크레치아 보르자라고 하면 희대의 미녀로 소문난 여자. 그 여자의 아들이라면 당연히...!
 
실존인물 루크레치아 보르자는 교황의 딸이며, 그 유명한 체사레 보르자가 그 오빠입니다. 그 미모의 여동생을 권력투쟁에 이용해 먹기 위해 체사레 보르자가 그녀의 첫번째 혼인(조반니 스포르차)을 무효화하고, 또 그녀가 낳은 사생아를 어디로 보내버리고 그 아비로 추정되는 혹은 죄없는 남자를 모함해 죽이고서(그 아비가 실은 체사레 보르자라는 설이 좀 막강합니다.) 그녀를 막강한 가문에 시집 보내고, 그 가문이 기울자 그 남편을 독살해 버렸다는 것이죠. 그래서 두번째 남편(아라곤의 알폰소)을 잃고 마지막으로 시집간 것이 이 오페라의 남편으로 나오는 알폰소 데스테 공작입니다. 원래는 마지막 남편과 잘 살다가 출산중 사망했는데, 빅토르 위고는 허구로 아들을 등장시켜 비극을 만들었고 그의 희곡을 원작으로 도니제티가 오페라를 만든 것입니다.
 
계급도 가문의 원수도 뭐도 안 나오는, 왠 근친상간 스토리? 핵헐...싶지만 선입관과는 달리 극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남주와 여주가 처음 만나고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는 대목도 정말이지 멜로디도 아름답고 극도 재미있지만, 1막에서 여주의 남편이 젊은이를 질투하며 어떻게든 사지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대목도 정말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공작과 공작부인의 불꽃 튀기는 대결도 그렇고.(나한테 그 따위로 하다니 세상 무서운게 없나 보지? 나의 네번째 남편이여! 라든지...) 첫눈에 반한 여인이 맙소사 친구들의 원수인 그 유명한 루크레치아 보르자라는 것을 알고 난 후의 제나로의 행태도 참 재미있는 것이 딱 반항하는 사춘기 아들 같은 것이, 어떻게든 빼내주려고 애쓰는 공작부인의 노력이 무색하게 자기는 거짓말을 못한다며 자백을 계속하는 대목도 참... 어이없지만 매우 말이 되는 장면입니다.
 
주인공인 두 사람 외에도 오르시니도 매우 멋집니다. 메조소프라노라서 여자지만 반할 거 같은, 넘 파워 넘치는 분. 그리고 남편인 공작도 굉장히 재미있는 캐릭터입니다. 사실 이 비극이 진행되는 것도 본인들은 아무 일도 없는데- 근친상간 근처에도 안 갔는데(...라고 도 할 수 있고 연출에 따라서는 근처까지는 갔다고 할 수도 있고)- 질투에 불타는 남편 때문에 사달이 난 거지요. 질투도 참 귀엽게 하십니다.
 
그리고... 노래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도니제티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도 보면 그런데, 아름다울 때는 무지막지하게 아름답다가도, 거칠어지는 장면에서는 또 무자비하게 찌그러뜨려 버립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완벽하게 아름다운 벨리니와는 느낌이 꽤 달라요. 아무튼 루크레치아의 Com'e bello도 제나로의 Di pescator ignobile(어부의 아들로 자라나)도 둘이 같이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 씬 전체가 몽땅 다 혼절할 듯 아름답고 오르시니의 축배의 노래인 Il segreto per esser felici(행복해 지는 비결)도 질투하는 남편의  Vieni, la mia vendetta!(복수여 나에게 오라)도 정말 훌륭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도.
 
Com'e bello 노래를 듣고 이 오페라에 마음이 끌리시는 분들은 꼭 그루베로바와 브레슬릭 버전으로 보시길 강추합니다. 르네 플레밍 버전도 많이 유명하지만, 남주가 아닙니다. 무조건 브레슬릭입니다. 좀 현대적인 연출이라 저도 처음엔 약간 꺼려질까도 했는데 두 분의 열연은 물론이요, 연출이 정말 멋집니다. 실은 에디타 그루베로바를 보고 디비디를 선택했는데 보고 나니 결론은 <루크레치아 보르자>는 테너를 기준으로 택해야 한다는...!
 
실은, 음반도 몬세라트 카바예와 알프레도 크라우스를 샀지만 계속 듣다 보니 크라우스보다 브레슬릭이 훨 나아서...(크라우스는 너무 성숙한 남자같은 느낌이라 미숙하고 열정적인 젊은이의 느낌이 부족하더라구요. 미안해요, 크라우스!-0ㅜ;;)  또 극적인 표현도 너무 차이가 나서... 귀찮아도 유튜브를 애용합니다.
 
 
에디타 그루베로바님의 공연 영상은 이제 너무나 소중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최근에 향년 74세로 돌아가셨습니다.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5, 60대때 정말이지 멋진 공연을 수없이 많이 펼치셨는데… 이제 우리의 희망은 마리엘라 데비아만이 남았네요.
 
 
Edita Gruberova (슬로바키아, 1946~2021) Lucrezia Borgia - Munich 2009
Com'e bello - Lucrezia Borgia - 2009 (18분 ~ 24분)
https://www.youtube.com/watch?v=7bvEhMTb54A&t=2766s&a
 
 
Mariella Devia(이탈리아, 1948~ ) Lucrezia Borgia - Milano 2002

 
 
Montserrat Caballé(스페인, 1933~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