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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어머니 전 항상 멀리서 Madre, se ognor lontano <루크레치아 보르자> Lucrezia Borgia - Donizetti 번역

by 라미레미 2023. 7. 30.

 

Pavol Breslik & Edita Gruberova
Lucrezia Borgia Munich 2009(마지막 장면 1:57~)

Gaetano Donizetti(1797~1848)
Felice Romani (1788~1865)
 
 
 

Madre, se ognor lontano 어머니 전 항상 멀리서

 
GENNARO
 
Madre, se ognor lontano visi
al materno seno,
che a te pietoso Iddio
m'unisca in morte almeno.
Madre, f'estremo anelito
ch'io spiri sul tuo cor
 
 
제나로:
 
어머니 전 항상 멀리서
당신 품을 알지 못 하고 컸지만
자비로우신 신은 우리를
죽음에서만큼은 함께하게 해주셨어요
어머니, 당신의 품에서
마지막 숨을 쉬어도 될까요?
 
 
LUCREZIA  Figlio mio!
GENNARO  L'estremo anelito...
LUCREZIA  Dio!
GENNARO ...f'estremo anelito ch'io spiri...
LUCREZIA  Ah! aita! aita!
GENNARO  Madre, io moro ... ah! io moro! (spira)
 
 
루크레치아: 내 아들아!
제나로: 마지막 숨을…
루크레치아: 신이시여!
제나로: 마지막 숨을 당신의 품에서…
루크레치아: 아! 도와줘요! 도와줘요!
제나로: 어머니, 저 죽어요… 아! 저 죽어요! (숨이 멎는다)
 
 
LUCREZIA
Ah! e spento!
Figlio!... è spento!
ah! figlio!
 
루크레치아:
아! 갔구나!
아들아! …가버렸구나!
아! 아들아!
 
 
Desso!
Miralo...
 
저기 있소!
보시오…
 

Era desso il figlio mio 그는 바로 내 아들이오

 
Era desso il figlio mio,
la mia speme, il mio conforto;
ei potea placarmi Iddio,
me parea far pura ancor.

그는 바로 내 아들이오,
나의 희망, 나의 위안.
그는 신이라도 달랠 수 있었는데,
나를 다시 순수하게 만든것 같았는데.


Ogni luce in lui m'è spenta,
il mio cuore con esso e morto.
Sui mio capo il cielo avventa
il suo strale punitor.
 
그 안의 불빛이 이제 꺼지고
내 가슴도 그와 함께 죽었소.
내 머리 위로 하늘이 퍼붓는구나,
천벌의 화살을.
 
 
라미레미 번역
 
 
이 극의 참으로 비극적인 점은 바로 남자들의 권력암투의 희생양이었던 루크레치아 보르자가 그 보르자 가문의 법칙을 내재화해서 자기를 모욕한 자들, 기실 보르자 가문의 암투의 피해자들을 응징하고 안위를 확보하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자신의 아들까지 희생시키게 된다는 것입니다.
 
보면서 참 안타까운 것이, 내가 니 엄마다 한 마디만 해줬어도 아들을 무사히 피난시킬 수 있었을텐데 마지막에, 아들의 죽음 직전에 가서야 사실을 말하는 그 여자의 아집입니다.
 
보통 오페라에서는 테너의 경솔함이나 아집이 바리톤의 아집이나 적대성과 부딪쳐 사달이 나는 것인데 이 극에서는 소프라노의 아집과 바리톤의 질투와 오해 때문에 비극이 벌어집니다.
 
그것은 아마 그녀의 트라우마일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선택한 것은 아니지요. 처음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피가 당기는 끌림을 느꼈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뿔사 이 젊은이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차마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 하고, 이대로 헤어지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아들의 친구들이 온통 죽은 전남편들의 가족과 친지;;;
 
그때야 경황이 없어 그랬다지만 이후 진행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사실을 이야기해주지 않고 위험한 소굴인 페라라로부터 아들을 떠나게 하기만 하면 될거라는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고, 이 젊은이는 대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본적 없는 엄마를 그리워 하며 자란 그에게 친구들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를 못 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것이죠.
 
제나로는 다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야 루크레치아의 고백에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인 것을 알고 기쁨으로 차 마지막 아리아를 부릅니다. 저는 그의 감정이 원망하는 마음은 하나도 없는, 순수한 기쁨이라고 확신합니다. 슬픔조차 섞여있지 않습니다. 왜냐면, 자식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란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최초에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무조건적인, 절대적인 사랑은 어머니에게서 먼저 나오지 않습니다. 아기에게서 먼저 나옵니다. 정말인가요? 네.
 
우리가 지금껏 들어온 어머니의 무조건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을 읊어대는 모든 가락들은 나이먹은 남자들이 생산해낸 글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엄마가 되어본 적도 없고 될 일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받은’ 기억에 의해서만 구성한 ‘혼자만의 진실’보다는 스스로 엄마였던 사람의‘ 받기도 해보고 주기도 해본’ 시각이 훨씬 정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억의 쇠퇴나 경험의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벌써 십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나의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아들이 자다 말고 엄마! 하고 소리쳐 부르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안방에 아이를 재워놓고 나는 부엌에서 이제 좀 마음을 놓고 식은 미역국에 밥을 먹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어두운 방 안에서 날아온 외침에 나는 가슴을 찔렸지요. 그때 비로소 나는 엄마가 된 것입니다. 모성은, 응답입니다.
 
아기의 절대적 사랑이 엄마의 절대적인 사랑을 생겨나게 합니다. 아기의 사랑은 절대적입니다. 왜냐면 엄마는 아기의 삶을 위한 모든 것, 삶 자체와 거의 등치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직 분화되지 않은, 생존본능과 분화되지 않은, 막연하지만 막강한 감정. 그래서, 그 사랑이 위태로운 듯 느껴질 때 아이는 전심전력을 다해 그 사랑을 지켜려고, 얻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가진 수많은 정신병들과 그보다 사소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버릇들은 상당수가 어려서, 8살 되기 전에 생깁니다. 그 사랑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 나빠지고 조금 억울하고 그런 것쯤은 다 무시했던 것입니다.
 
그 강렬한 사랑은 오랜 시간을 같이 살면서 한 독립된 인간으로 커가는 와중에 무뎌지고 잊혀지고 많은 다른 것들로 대체가 됩니다. 보통은 그러한데, 그러나 이 젊은이의 경우는, 나폴리의 한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자라나다가 어느날 자기의 어머니가 귀부인이고 권력암투의 희생자로서 자기를 멀리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드라마틱한 사정을 알게 된 이후 어머니를 완전 숭배하게 되었고, 그래서 다 큰 젊은이인데도 그 사랑은 아주 강렬한 형태로 남게 되었다고 추정해 봅니다.
 
남주의 죽음씬은 테너도 정말 잘 하지만 연출이 진짜 끝내줍니다. 처음 루크레치아를 만날 때 홀딱 반해 버린 제나로는 사랑을 고백하면서 제가 당신보다 더 사랑하는 단 한 명, 아직 본 적 없는 어머니에 대해 고백하는데 이 때 그는 천진무구한 소년 같은 몸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죽어가면서 다시 그는 그 위태위태해 보이는 몸놀이를 하는데, 그립던 어머니와 드디어 만난 그가 보이는 천진한 기쁨이자 바라보는 사람에게 몹시 애처로움을 자아내는 몸짓입니다. 무대 뒤쪽으로 멀어져가는 모습이 하늘로 날아가는 그의 영혼 같기도 합니다.
 
이 장면은 루크레치아와 제나로의 첫만남과 끝, 둘의 모든 기쁨과 슬픔, 기대와 절망,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정말 끝내주는 연출입니다. 제가 오페라를 많이 보지는 못 했지만 이렇게 엄청난 연출을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Pavol Breslik & Edita Gruberova
Lucrezia Borgia - Munich 2009 전막 공연 (마지막 장면 1:57~)
https://www.youtube.com/watch?v=7bvEhMTb54A&t=2449s
 
 
Celso Albelo & Elena Mosuc
https://www.youtube.com/watch?v=xKRC5Rnw2xo

 
 
Mirella Devia
Era desso il figlio mio, Lucrezia Borgia
https://www.youtube.com/watch?v=3y_qjYkUs90

 
 
Giacomo Aragall · Joan Sutherland
Donizetti: Lucrezia Borgia Madre, se ognor lontano
https://www.youtube.com/watch?v=7BMjyco82Os&ab